[교수회] 의대 교육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합니다.
- date
- 2024.10.02
- name
- 교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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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교육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합니다.
부산대학교는 5월 21일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하는 학칙 일부 개정 규정안을 유례없는 교무회의 재심의로 가결하였습니다. 이로써 의대학생들이 돌아올 작은 빌미라도 주고자 하였던 교수회의 노력이 수포가 되었고 부산대의 명예와 자부심은 한순간에 실추되었습니다.
교무회의의 결정을 탓하고 나무라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결정 뒤에는 정부와 교육부의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불이익과 같은 압력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교육부로부터 임용된 신임 총장으로서는 이를 버티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대학의 자율은 실종되었습니다. 대학의 자율은 창의력과 교육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덕목입니다.
자식을 키우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두 눈 부릅뜨고 야단치면 더 삐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눈 감고 보듬어 주면, 또 믿어 주고 믿음을 주면 반드시 돌아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학생들을 엇나가게 한 것은 어른입니다. 불안 속에 지친 학생들이 교수들과 대학을 믿고 돌아와 주기를 바랐습니다. 우리 교수회는 온 나무에 리본을 매는 심정으로 의대 증원을 부결했었습니다.
지난 학기 의대 재적학생 약 750명 중 95% 이상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휴학계를 내고 수업에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만 정부는 여전히 동맹휴학은 허락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이 학생들 모두 유급을 당하여 더 큰 피해와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지경입니다. 이 또한 어른들과 교수들의 책임입니다. 동맹이든 아니든 휴학은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이고 수업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에 우리 교수회는 대학의 자율성을 지키고 의대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총장님과 의대학장님께 다음 두 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교수님들께 호소합니다.
첫째,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학생에게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여 학점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행위입니다. 학생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교수는 학생들을 보호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책무를 가집니다. 학생들의 휴학을 조속히 승인하여 학생들이 돌아올 길을 마련하고 증원된 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하여 철저한 준비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둘째, 자율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고 또 그만한 자격을 갖추었을 때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껏 대학의 자율을 지켜준 정권은 거의 없었고 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교육정책도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부산대학의 중흥과 국가 고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교육부의 정책에 순응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견해와 입장을 굳게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의대 교육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며, 아울러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을 실현하기 위해서 ‘정부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문화국가의 원리가 작용하기를 바랍니다.
2024. 10. 2.
함께하는 부산대학교 교수회 회장 김정구 배상